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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1-1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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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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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어 봉숭아가 곱게 피면 젊은 아낙네나 처녀들은 봉숭아를 따서 손톱 발톱에 물을 들인다.

이러한 풍습에 대한 기록은 여러 문헌에서 볼 수 있다. 《동국세시기》에는 "계집애들과 어린이들이 봉숭아를 따다가 백반에 섞어 짓찧어서 손톱에 물을 들인다"고 하였고 심재(沈)의 《송천필담(松泉筆談)》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홍석기(洪錫箕, 1606~1680년, 조선 효종 전후의 문신·학자)의 호는 만주(晩洲)인데 일찍이 북저(北渚) 김류(金瑬, 1571~1648년)의 집에 놀러간 일이 있었다. 마침 어린 여비(女婢)가 술상을 들고 들어오는데 얼굴이 아주 예쁘고 손톱에는 봉선화로 물을 들였다. ······ '붉은 손톱(紅瓜)'이란 제목으로 운을 불러 시 한 편을 지었다.

또 조선 말기 이유원(李裕元)의 《임하필기》에는 물을 들이는 방법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한시에서는 《양곡집(陽谷集)》에 실려 있는 소세양(蘇世讓, 1486~1562년)의 〈봉선(鳳仙)〉이란 시에서 손톱에 봉선화물을 들이는 풍속을 읊고 있는데 현존하는 문헌상으로는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그 밖에 신광한(申光漢, 1448~1555년)의 〈봉선화자해(鳳仙花自解)〉, 허난설헌(許蘭雪軒, 1506~1589년)의 〈염지봉선화가(染指鳳仙花歌)〉 등의 가사에도 언급되어 있다.

그러면 이 풍속은 언제 어떤 경위로 시작되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확실한 기록이 없다. 《임하필기》에 따르면 송나라 때에 이미 이러한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중국에는 이러한 풍속이 사라졌으며 반면 회회(回回)에는 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송나라 때 고려로 건너왔거나 아니면 송나라에서 몽골로 이어져 몽골 때에 들어왔으리라 짐작된다. 특히 몽골 때에는 몽골 공주가 고려로 시집오면서 왕비 한 사람에 의·식·주 생활에 걸쳐 시중차 딸려온 몽골 여인들의 수가 적지 않았으므로 이 무렵에 그쪽 풍속이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고려 때 충선왕이 몽골의 수도에서 손톱에 봉선화물을 들인 아가씨를 만났다는 이야기는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손톱에 물을 들이는 방법은 《임하필기》에 그 설명이 나오는데 오늘날의 방법과 별로 다르지 않다. 즉 봉선화의 붉은 꽃잎을 찧어서 명반(明礬)을 조금 섞어 손톱에 얹고 헝겊으로 매어 하룻밤을 지내면 물이 드는데 이렇게 하기를 3, 4일하면 색이 짙어진다고 하였다. 또 봉선화 꽃잎에 괭이밥풀의 잎을 섞고 맥반 또는 소금을 약간 넣어 빻아서 사용해도 되고 흔히 아주까리 잎으로 손가락 끝을 싼 다음 실로 동여매기도 한다. 그 원리는 괭이밥에 포함된 수산이 손톱의 형질을 물렁하게 하고 소금이 매염제가 되어 봉선화 물이 잘 들게 하는 것이다.

봉숭아는 본인의 희망에 따라 열 손가락을 다 들이는 수도 있고 새끼손가락 또는 무명지에만 들이기도 하는데 엄지발가락에 들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부모의 상중(喪中)에 있는 사람은 봉숭아물을 들이지 않는다. 그 밖에 다음과 같은 속설 또는 속기(俗忌)가 있었다.

• 엄지손가락에 봉숭아물을 들이면 아버지는 오래 살고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신다.
• 봄날이 지난 뒤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면 불길하다.
• 봉숭아를 손톱에 매고 문지방 셋을 넘으면 봉숭아물이 들지 않는다.
• 오빠나 남동생이 있는 사람은 유월에 봉숭아물을 들이지 않는다.
• 봉숭아물이 가을 서리 내릴 때까지 손톱에 남아 있으면 신랑감이 나타난다.

 봉숭아물은 주로 젊은 아낙네나 처녀들이 들였지만 때로는 아이들에게도 들여 주었다. 그런데 잠을 험하게 자는 아이는 잡아맨 봉숭아가 벗겨져 물이 안 들게 되면 울고 법석을 떨기도 한다.

봉숭아꽃은 주로 7~8월에 피기 때문에 봉숭아물을 들이는 것도 주로 이 시기에 이루어진다. 그리하여 음력 팔월 보름날을 그해에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물을 들인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에 들인 봉숭아물이 오랫동안 지지 않고 손톱에 남아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런데 봉숭아꽃으로 물을 들이는 것은 봉숭아꽃이 피는 계절뿐만 아니라 사람에 따라서는 여름에 핀 꽃잎을 따서 말려 저장해 두었다가 1년 내내 물을 들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 경우는 말렸던 꽃잎을 물에 개어 맥반을 넣고 찧은 다음 생것과 마찬가지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상과 같이 봉숭아꽃잎으로 손톱에 물을 들이는 풍습은 오랜 옛날부터 내려오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고유한 치장이었다. 화장품이 적었던 옛날에는 봉숭아물들이기가 소녀나 여인들의 소박한 미용법이었다. 갖가지 색깔의 편리한 매니큐어가 쓰이고 있는 요즈음에도 봉숭아물들이기가 행해지는 것은 아무래도 인공 재료인 매니큐어에서는 느낄수 없는 소박미나 아련한 향수(鄕愁) 때문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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