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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고객은 합리적이다

1940년 5월, 뉴욕. 미국의 화학기업 듀폰이 나일론 스타킹을 처음으로 선보이던 날, 수많은 여자들이 제품을 사기 위해 상점이 문을 열기 전부터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실크 스타킹의 두 배가 넘는 가격이었지만 날씬한 각선미를 자랑할 수 있는 나일론 스타킹은 시판 첫 날 불과 몇 시간 만에 준비된 4백만 켤레가 모두 다 팔렸고, 그 해에만 3천 6백만 켤레나 팔리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원하는 제품을 구입하기 위한 고객들의 기다림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1년 10월. 누구보다 먼저 아이폰4S를 구입하기 위해 사람들은 애플스토어 앞에 길게 줄을 섰다. 애플 신제품 출시 때마다 텐트를 치고 밤을 새며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제 너무나 익숙하다. 아이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다른 스마트폰으로도 거의 다 할 수 있다. 또한 일체형 밧데리, A/S 등 고객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들은 아이폰의 단점으로 여전히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기능상의 차이, 가격의 높고 낮음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이폰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다른 제품과 비교하여 확고한 우위를 갖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특정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제품이 잘 작동하는데도 기능이 조금 개선된 신제품이 나오면 바로 구입하기도 한다. “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구입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그들의 대답은 간단하다. “갖고 싶으니까요.”

한 기업이 경쟁사보다 뛰어난 기능의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출시한다고 가정해보자. 기업은 당연히 고객이 자신의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예측대로 행동하지 않는 고객 때문에 기업은 당혹스러워하며 말한다. ‘고객은 비합리적이다!’

고객은 정말 비합리적일까? 고객의 마음 속에는 여러 가지 니즈가 있다. 기능/가격적인 니즈 외에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니즈, 과시하고 싶은 니즈,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니즈 등 그 종류와 정도는 고객마다 다양하다. 고객의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자. ‘이 제품이 나의 니즈를 실현시켜 줄 수 있는가?’라고 고객은 생각한다.

제품을 통해 자신의 니즈를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 ‘갖고 싶다’라는 생각과 함께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즉, 고객의 구매는 자신이 갖고 있는 다양한 니즈가 제품의 사용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Needs Design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필립 코틀러는 “고객 니즈의 이해는 마케팅의 출발점이며 경영에서 이것이 없으면 장님과 같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합리적인 고객’을 ‘필요한 기능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이라고 생각하여 고객의 외면을 받는 경우가 많다. 고객은 합리적이면서 복잡하다. 고객은 마음 속에 다양한 니즈를 갖고 있고 하나의 제품을 통해 이를 누리고자 한다. 따라서 하나의 니즈에만 포커스를 둔 제품만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기업은 고객의 마음 속에 있는 다양한 니즈를 상충되지 않게 조합하여 제품으로 구체화 할 수 있어야 한다(Needs Design).

앞에서 소개되었던 나일론 스타킹의 사례를 살펴보자. 당시 나일론은 20세기의 기적으로서 과학이 낳은 최첨단 제품이었다. 듀폰의 광고처럼 ‘석탄, 물, 공기’로 만들어진 혁신의 상징이었다. 듀폰은 기존의 스타킹이 갖고 있던 기능적인 니즈는 물론 각선미를 돋보이게 하고 싶은 니즈(심미적인 니즈), 과학이 낳은 최첨단을 누리고자 하는 니즈(상징적인 니즈)를 탄력적이고 광택이 나는 반투명의 혁신적 소재라는 제품 안에 디자인하여 고객의 구매욕구를 만들어냈다. 애플의 아이폰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이폰은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스마트 디바이스로서의 기능적인 니즈 외에 단순한 조작으로 복잡한 작업을 편리하게 하고자 하는 니즈(편의적인 니즈), 얇은 금속의 질감을 잘 활용한 심플하고도 아름다운 디자인(심미적인 니즈), 스티브 잡스라는 CEO의 스타성을 담고 있다. 이러한 고객의 니즈로 디자인된 아이폰은 단순한 전자제품이 아닌 ‘고객의 Desire’로 탄생하게 되었다.

Ⅱ. 다양한 니즈의 디자인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혁신제품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장을 선도할 혁신제품을 탄생시키 위한 과정은 참으로 험난하다. 하버드 대학의 제럴드 잘트만 교수는 “말로 표현되는 고객의 니즈는 5%에 불과하다. 95%는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 드러나지 않은 95%의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신제품 실패 사례는 대부분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 고객의 잠재된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신제품을 만들어냈다고 하더라도 고객에게 알려 구매로 이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고객조차도 알지 못했던 본원적인 욕구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제품이라는 점을 고객에게 알리지 못하면 시장 형성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계속적으로 시장 선도를 유지하는 것은 혁신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것보다 더욱 어려운 일이다. 시장 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더 나은 기능의 제품을 더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능/가격적인 니즈에만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 계속적인 시장 선도는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기능/가격적인 니즈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

한 기업이 혁신제품을 내놓으면 경쟁사들은 곧 유사제품을 만들어낸다. 혁신제품은 commodity(일용품)가 되어 버린다. 특히 혁신제품이 기능에 초점을 둔 경우라면 상용화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기술 보편화 현상으로 인해 경쟁사의 모방이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오늘날 산업기술의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술 보편화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경쟁사들이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고객은 기능적인 니즈에서 벗어나 자신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 다양한 스마트폰들이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기다림조차 설레임으로 만들며 신제품 출시 전날부터 날을 새가며 고객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아이폰 뿐이었다. 최근 고객충성도가 낮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두터운 고객층을 자랑하고 있다.1 스마트폰들의 기능을 비교해보면 기업 간의 기술격차는 그다지 크지 않다. 고객들은 품질이나 기능상의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구매의 기준으로 제품이 담고 있는 디자인, 경험, 의미가 중시되고 있는 것이다. 고객은 아이폰을 사용함으로써 스마트폰의 기능은 물론 아름다운 디자인과 혁신의 상징까지 누리고 싶어한다. 스마트폰 경쟁이 보여주듯이 모든 산업은 초기에는 기능의 경쟁으로 시작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누가 이용자에게 보다 더 많은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통한 감동을 제공하느냐가 중요해진다.

기능적인 니즈와 달리 심미/상징적인 니즈는 모방이 어렵다. 펩시콜라와 코카콜라의 맛 선호도 테스트는 이를 증명해주는 고전적인 사례이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사람들은 펩시콜라의 맛을 더 선호하였다(펩시콜라 51%, 코카콜라 44%). 그러나 각각의 브랜드명을 부착한 후, 브랜디드 테스트를 실시했을 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응답자의 65%가 코카콜라를 선호한 반면, 펩시콜라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였다. 이는 고객은 단순히 맛이라는 기능적인 니즈만으로 구매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객이 마시고자 한 것은 ‘갈색의 달콤한 탄산음료’가 아니라 강력한 상징적인 니즈에 바탕을 둔 ‘코카콜라’였던 것이다.

필립 코틀러는 자신의 저서 `Market 3.0'에서 제품력으로 승부를 걸던 1.0 시장을 시작으로, 서비스와 고객만족으로 승부하던 2.0 시장을 지나 현재는 진정성과 감동이 주요 가치로 부각되는 3.0 시장에 이르렀다고 하였다. 아울러 고객을 감동시키고 고객의 영혼에 호소할 수 있는 기업만이 미래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교육 수준 향상, 인터넷 및 SNS 이용 확대 등으로 점점 까다로워지고 다양해지는 고객들을 기능적인 니즈 충족으로만 감동시키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 증대

‘차가운 가슴에 꽃이 피다’

LG전자는 꽃의 화가로 유명한 하상림의 작품을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 소재로 냉장고 표면에 입체감 있게 그린 ‘아트디오스(2006년)’를 선보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처럼 첨단기술 제품의 디자인에 감성적 예술을 접목해 제품의 품격을 높이는 테카르트 마케팅(Teckart marketing)은 오래 전부터 시도되어 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자제품을 넘어 생활용품, 자동차 등 다른 산업으로도 계속 확산되고 있다. 생활 및 교육 수준의 향상으로 대중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은 문화/예술을 누리고자 하는 고객의 니즈를 제품에 담아 고객의 감성에 호소하고 나아가 감동까지 이끌어내고자 한다.

사회·환경적 이슈에 대한 관심 증대

1996년 미국 잡지 ‘라이프’는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힘겹게 나이키 축구공을 꿰매고 있는 한 파키스탄 소년의 사진을 표지에 실었다. 하루 종일 일하고도 소년이 받는 임금은 고작 2달러. 세계적 스포츠용품 회사인 나이키는 이 기사로 아동 노동 착취로 돈을 버는 악덕기업으로 비난 받았고 전 세계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을 벌였다.

미디어, 인터넷 및 SNS 등의 발달로 사람들은 사회적 이슈들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사회적·환경적 가치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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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12-10 10: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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